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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wapper 리뷰


스팀 여름 세일인지 겨울 세일인지 가을 세일인지 봄 세일인지 아니면 추수감사절 세일인지 크리스마스 세일인지 여하튼 스팀 세일에 값 싼 가격에 구입 해 놓고 잊어버린 녀석이 있었다. 뭐 나름 독특한 소재와 인상 깊은 트레일러 때문에 하고 싶었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200개가 넘어가는 스팀 게임 목록속에서 잊혀지는 건 뭐 당연한 일 아니였던가. 산 지 한 1년인가 됬을 무렵, 우연하게 스팀 게임 목록에서 이 게임을 발견하고 플레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3일 밤낮으로 정말 이 게임만 생각할 정도로 The Swapper에 빠져버렸다.

The Swapper라는 제목처럼 이 게임은 "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트로에서 주인공은 탈출선을 타고 어디론가 날라가고, 그리고 미스터리한 광산을 헤메다가 Swapper라는 장비를 발견하게 되고, 이를 이용하여 자기 자신의 클론을 생성하여 퍼즐을 풀면서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 처음에는 음침한 분위기와 SF라고 하지만 호러게임에 가까운 지형지물들을 보면서 중간에 네크로모프라도 뛰쳐나올 줄 알고 긴장을 많이 했으나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오히려, 중간 중간에 알게되는 사실들과 그 사실들을 조합해서 나온 결과를 보면서 말 그대로 공포를 느꼈는데, 거대한 시설에 혼자 고립되었고,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느낌은 정말 무서웠다.

텅 빈 광산과 텅 빈 우주정거장에서 각종 퍼즐들을 풀면서 오브를 모아 보안 권한을 높이고, 잠겨있는 시설들을 개방하는 것이 주요한 목표인데, 퍼즐들은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숙련된 플레이어라면 대략 4시간 내에 게임을 끝내고 아닌 경우 10시간까지 걸릴 수 있다고 하는데, 필자 같은 경우 6시간 정도에 엔딩을 볼 수 있었다. 6시간 씩이나 걸린 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뻘짓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과 퍼즐 2개를 못 풀고 끙끙대고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는데, 가급적이면 플레이를 중간에 쉬지 말고 끝까지 할 걸 추천한다.  퍼즐 풀이법은 이전 단계의 퍼즐들의 풀이법들에서 한 단계씩 발전하는데, 그 방법을 까먹으면 아예 안 풀리는 퍼즐들이 존재한다. 이 부분 덕분에 시행착오만 얼마를 했는지...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특히, 클론들의 배치만 중요한 게 아니라, 클론들이 합쳐지는 경우도 고려하는 퍼즐이 나오는데 거의 난이도 끝판왕에 가깝다.

여하튼, 플레이를 하면서 얻게되는 정보는 3가지로 나뉘는데, 첫번째로 인게임 대사들이다. 무전으로 들리는 말들을 대충대충 듣다보면서 점점 상황 파악이 되기 시작한다. 두번째로는 메모리얼 로그라고 불리우는 터미널에 접속하면 얻을 수 있는 기록들이다. 실험 기록이나, 간단한 일기나, 아니면 어떤 것에 대한 정보들을 적어놓은 것들인데, 스토리 이해를 위해서 대부분의 로그를 정독하기를 권장한다. 세번째로는 돌에게 얻는 정보이다. "돌에게 정보를 얻는다고?"라고 묻겠지만, 돌에게 진짜로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이 돌들은 이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엄청나게 중요한 역활을 한다. 돌 또한 메모리얼 로그처럼 정렬이 되있고, 최종 엔딩 직전에 돌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서 또 다른 정보를 얻으면서, 스토리를 파악하는 서브 이벤트가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두고 보면 뭔가 그냥 그런저런 게임처럼 보이겠지만, 이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가지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 The Swapper, 교체, 즉 클로닝 기술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사실 맨 처음의 인트로와 게임 초반이 이해가 잘 안됬는데, 실제로 엔딩을 보고 나서 2회차 진입을 하면 시작부터 엄청난 암시를 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전 내용이나, 아니면 돌과 처음 조우했을 때 반응들은 모두 잘 짜여진 스토리 속의 장치였던 것이였다. "정신과 육체는 분리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씩 조금씩 정보들을 알려주면서 계속 되묻고 있는 것인데, 이는 맨 마지막 엔딩에가서 극대화된다. 그 때,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느낌 공포감은 해소되고, 거대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

몇몇 플레이 팁을 주자면, 도전 과제의 경우 엔딩 조건 만족 직전에 다 깨는 걸 추천한다. 스토리 감상이 주라면 중간중간에 찾아서 해도 되지만 도전 과제 자체가 숨겨진 터미널을 찾아서 로그를 얻는 것인지라 게임에 익숙해진 다음에 하는게 편한 것 같다. 엔딩의 경우 2가지가 있는데, 두 엔딩 중 E키를 눌러서 나오는 엔딩 먼저 봤으면 한다. 그 다음에 두번째 엔딩을 보는게 오히려 여운이 더 남을 거라고 확신한다. ( 필자는 거꾸로 봤다. 슬프다.) 그리고, 타 게임과 달리 오토 세이브가 되는데, 오토 세이브 조건은 영리하게도 빛을 통과하면 된다. 퍼즐마다 구획을 나눠주는 불빛이 있는데 그 부분을 통과하면 세이브가 된다. 그리고 이게 세이브가 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워서 게임 데이터 손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걱정은 안해도 된다. 하지만, 엔딩을 보기 직전에는 세이브 파일을 일단 백업 해두는게 좋다. 엔딩을 본 후에 다시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해 세이브를 로딩하면 엔딩 분기점에서 로딩이 되는게 아니라 엔딩 크레딧이 로딩된다. 반 강제적으로 2회차를 플레이 하라는 의미인데, 시간이 좀 많이 아깝다면 세이브 파일을 백업해두고 엔딩 보고 다시 덮어 씌워 엔딩을 보는 쪽을 추천한다. 뭐, 2회차 플레이는 30분 내외 정도 걸린다던데, 시간이 있다면 백업 말고 2회차를 적극 추천한다. 또 플레이하면서 놓쳤던 부분들을 다시 볼 수가 있다.

스포일러가 무서워서 이야기를 못하고는 있지만, 이 게임은 Swap이라는 것에 모든 중심을 둔 게임이다. 불가능하다고 믿었던게 가능하자 사람들의 태도가 어찌 변화하는지, 그리고 플레이어는 그 기술을 너무 무심하게 쓰고 있다는 것과,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까지 모두 "육체와 정신이 분리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아래 놓여져있다. 몇몇 부분은 불친절하게 설명을 안해줬지만, 대사와 기록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것이다.